요즘 애들은 누구나 피아노를 친다.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하농부터 체르니까지. 피아노 소품선으로 뽑아놓은 이 곡들은 아이들이 소곡집에서 마주치고, 음악의 매력을 배울 수 있는 곡들이다.
네케의 '크시코스의 우편마차'는 명랑한 스타카토로 '카우보이의 우편마차'라는 뜻에 걸맞는 매력을 보여준다. 밝고 유쾌한 이 춤곡은 밖에 나가서 놀고 싶어하는 아이들로 하여금 즐겁게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게 해 줄 것이다. 드뷔시의 '2개의 아라베스크'는 조용하고, 제 세계에 빠지길 좋아하는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추천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하게 어루만지고, 그저 완만한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오르락내리락하는 음색으로 고요한 파도 위에 떠 있는 배처럼 조용하고 아름답다.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쉽게 싫증내는 이들에게 알맞다. 왕벌처럼 매섭게 윙윙거리면서 다가오고 쫓고 쫓기는 듯한 이 곡의 속도와 긴장감은, '왕벌의 비행'이 1분 12초만에 끝난다는 아쉬움을 완화시켜 준다. 바다르체프스카의 '소녀의 기도'는 맑고 화창한 날 소풍을 나갈 때 들으면 좋을 곡이다. 초록빛의 매끄러운 풀잎과 아이들의 웃음소리처럼 산뜻하게 부서지는 트릴. 흰 색과 검은 색으로만 이뤄져 있는 피아노 건반의 무뚝뚝함과 달리, 피아노의 음색은 변화무쌍하게 수많은 이들의 귀에 와닿았다가 빗줄기가 땅으로 스며들듯 자취없이 사라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