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과 비슷한 외양을 지니고 있지만 바이올린의 두 배나 되는 크기를 가진 첼로는 저역과 고역을 넘나드는, 만능의 악기다. 어떤 멜로디도 연주할 수 있다. 내 키가 첼로만했을 때, 첼로를 보고선 겁에 질렸다. 저 첼로가 쓰러지면 아마 나는 저 밑에 꼼짝없이 깔리고 말겠지, 하는 마음에. 다른 덩치 큰 악기들도 있었지만 묘하게 첼로에게만 위압감을 느낀 건 흔히 보던 바이올린의 변형, 변이된 모습 같았기 때문이다. 그 뒤로, 첼로보단 피아노나 바이올린에 더 관심을 가졌다. 첼로가 연주석에서 천천히 일어날 때마다, 혹 바닥으로 쓰러지면 어쩌나 두려워 하면서 외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날, 한 음대 졸업 연주회에서 피아노와 첼로의 합주를 듣게 되었다. 그 곡이 바로 마스네의 '엘레지'였다. 왜 그 곡이었는지 옆에 있던 언니한테 물어봤지만, 마땅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치 바이올린처럼 부드럽게 높은 음역을 넘나들다가 이내 물고기처럼 소리없이, 깊게 저음역으로 가라앉는 그 순간이 너무나도 아찔했다.
저음역과 고음역을 마음대로 넘나드는 첼로, 큰 덩치만큼이나 성질도 둔할 것 같기만 한데. 바이올린의 가벼움을 드러낼 수 있으면서도 다시 한번 발이 땅을 딛고 서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현대 무용처럼 적당히 무겁게 가라앉는, 이 첼로의 적절함은 수많은 작곡가들을 매혹시켰다.
쇼팽은 피아노의 에튀드와 야상곡으로도 유명했지만, 첼로 소나타로도 그 아름다운 재능을 마음껏 뽐냈다. 슈만은 잠들지 않으려는 아이의 요람을 밀어주는 손길처럼 부드러운 트로이메라이로, 슈베르트는 베르테르의 감성처럼 투명하고 슬픈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와 아베 마리아를, 애국주의자였던 엘가는 그의 단호한 태도만큼이나 진중한 첼로 협주곡을, 음악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헨델의 바이올린 소나타와 음악의 아버지인 바흐의 첼로 협주곡과 무반주 첼로 모음곡. 첼로의 매력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빠짐없이 느낄 수 있을만한 곡들을 모아 여기에 소개해 본다.